[여의도풍향계] 민주당 전당대회 3파전…'노심·문심'은 어디로
[앵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세 후보가 뛰어들었습니다.
당권을 거머쥐기 위해선 당의 핵심인 '친문'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데요.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는 이들의 3인 3색 정치 행적을 짚어봅니다.
이준흠 기자입니다.
[기자]
이낙연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당 비주류였던 이 후보자가 일약 스타덤에 오른 건,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로 든든한 수비수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대중 인기를 얻은 결정적 계기, 총리 시절, 의원들의 공세에 때론 정곡을 찌르고, 때론 재치 있게 받아내며 속 시원한 '사이다 총리'란 별명을 얻기 시작하면서입니다.
"문재인 정권이야말로 최순실 국정농단의 가장 큰 수혜자입니다. 선심성 인기 영합적 안보를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최순실 국정농단의 큰 짐을 떠안은 것을 저희들도 불행으로 생각합니다. 어떻게 수혜자일 수 있겠습니까?"
이런 이 후보, 2003년 '친노'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갈 때 민주당 잔류를 택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2006년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에는 참여정부가 낙제 수준, 반서민적 정권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투표 때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찍었고,
총리 임명 직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방명록에 '당신을 사랑하는 못난 이낙연'이라고 써,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그분이 당한 수많은 조롱, 경멸, 턱없는 왜곡. 그걸 막아내지 못한 우리의 무력감…거기에서 오는 고통이 있어요."
경쟁자인 김부겸 후보는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이낙연 후보와 함께 문재인 정부 첫 국무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지금이야 당내 입지를 인정받고 있지만, 한때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내내 김 후보를 괴롭혔습니다.
"노무현의 길을 걷겠다"는 김부겸 후보.
"늘 저의 정치적 사표가 되셨던 노 대통령님을 다시 생각하면서 나라가 어렵고 당이 어려울 때 그분은 어떻게 하셨을까…"
이런 김 후보는 지난 2000년 한나라당 옷을 입고 처음 여의도를 밟았습니다.
그 뒤 보수정당의 개혁성에 회의를 느끼고 의원 4명과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 열린우리당에 합류해 '독수리 오형제'란 별칭으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2010년 "제발 한나라당이란 낙인과 멍에를 벗겨달라"며 의원들에 공개 편지까지 돌릴 정도로, 오랫동안 마음 고생을 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자신의 정치적 한계를 극복했기에 반대편을 적으로 보지 않는 포용력을 가진 정치인,
나아가 민주당계 최초의 대구 의원으로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정치의 오랜 암덩어리, 지역주의에 적당히 편승해서 국민을 갈라놓고 정치적 이익을 탐하는 못난 정치 이제 청산에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이낙연, 김부겸 두 후보 모두 이런 정치 궤적 때문에 친노나 친문의 적통으로 분류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친문'인 박주민 후보가 양강구도에 균열을 냈습니다.>
박주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거리의 변호사'.
"5년 동안 내가 쌓아왔는데 결국 무릎을 꿇는구나"라고 하시면서 한탄하시고 많이 괴로워하셨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용산참사 대책위 활동가 형사 변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당시 서울광장 차벽 설치 헌법소원,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고발, 세월호 참사 의혹 규명 법률 지원에 이르기까지, 항상 약자의 편에서 목소리를 냈고, 2016년 이를 눈 여겨 본 당시 문재인 대표가 직접 영입했습니다.
"밖에서 욕하는 것 그만 두고 안에서 뭔가 해보자,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에 입당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초선에, 뚜렷한 지역 기반 없이도 친문 세력의 지지를 기반으로 최고위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선 핵심세력인 친문, 나아가 2040세대의 표심까지 흡수해, 약세 후보의 지지도가 올라가는 '언더독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성추행 의혹 속에 목숨을 끊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여기에 족쇄를 벗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까지 전당대회 판도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4월 재보궐선거를 이끌어야 할 차기 당권 주자를 향한 가장 중요한 질문, 서울과 부산시장에 후보를 낼 것이냐 말 것이냐.
"큰 방향에서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어떤 길인가에 대한 당 내외의 지혜를 여쭙겠다…"
"대한민국 1, 2위 도시 수장을 뽑는 선거에 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정당 존립 목적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국민의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미리 "안 된다"고 선을 긋기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됐다는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에 기사회생한 이재명 지사 또한 전당대회 판도를 흔들고 있습니다.
단숨에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 이낙연 후보를 턱 밑까지 치고 올라왔는데요.
대법원 판결 후 첫 국회 방문 행사에는 민주당 의원 20여 명이 몰려,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부겸-이재명 연대설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김 후보 입장에서는 당 대표 선거에서 큰 지지세력을 업을 수 있고, 이 지사 입장에서는 앞으로 대선 레이스의 경쟁자, 이낙연 의원을 미리 견제할 수 있어 둘의 이해관계가 들어맞기 때문입니다.
176석, 자력으로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는 거대 여당 대표의 정치적 위상은 대통령에 버금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8월 29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누가 사령탑으로 우뚝 설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humi@...